[카페에서]
시
[카페에서]
한 몸뚱이를 이리저리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싸우듯 걸어왔을 두 발이...
기도할 때 말고는
좀처럼 만나지도 않고 엇갈렸을 두 손이...
잠시만 네 다리가 되자고 약속하고
조용히 먼저 앉아 있다
이윽고 직립 보행의 피곤함과 복잡함이
빈 테이블 위에 메뉴로 올려진다
달달한 맛과 씁쓸한 맛이
뒤섞여 정체 몰라지고
꽉 찬 소음 속으로
한 줄기 소음을 빈틈없이 섞어본다
지치지도 않고 채워지지도 않음이
유일한 배경이다
스스로 걸어버린 마법이
시간을 따라 스르륵 풀리면
네 다리는 살짝 흐트러지고
다시 두 발과 두 손이 되어 연기처럼 사라진다
처음처럼 멍하니
먼저 기다리고 있는 네 다리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 박 상 민 - 승형이 카페(합정 티라미수)에서
수필
[카페에서]
카페는 살짝 마법 같은 공간이다. 그 마법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우리를 여유롭게 한다.
식당이 아니어서 일단 여유롭다. 식사를 하고도 또 뭔가를 채울 수 있는 뱃속의 여유, 약간의 사치를 향한 지갑의 여유 그리고 이런저런 마음의 여유가 말이다. 전투적인 끼니 걱정을 벗어난 일종의 해방감은 그렇게 시작된다.
어느 날 카페에 들렀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이었지만, 약속하지 않은 채 카페로 들어섰다. 우연과 필연을 모두 끌어안은 약간의 흥분을 끌어내리며 카페 안 의자를 찾아 앉았다.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우연과 필연의 도움으로 사소하게 다시 마주했고, 카페 속 시간은 이야기와 함께 두둥실 흘러갔다.
카페 안 인테리어와 소품을, 음악과 이야기 소리를 약간 어지러운 듯 버거운 채로 즐겼다. 듬성듬성 앉아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무례하지 않은 노골적임으로 바라보았다. 이윽고 이름 모를 연인들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덩그러니 의자와 테이블만 처음처럼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그 순간 뭔가 아름답게 여겨지는 일상의 정겨움이 느껴졌다. 작고 사소한 풍경이 새겨지는 것 같았다. 저녁 무렵 자연광이 사라진 조명 아래, 텅 빈 의자와 휑한 테이블은 기다림 없이 충만해있었다.
빈 의자는, 사람의 두 발과 두 손이 각각 약속한 듯, 사이좋은 간격으로 네 발 짐승의 그것처럼 먼저 앉아있고, 빈 테이블은 세상살이의 달달함과 씁쓸함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길 말없이 기대하고 있었다.
일상 속 스스로 걸어버린 마법을 사소한 주문을 외우며 풀어내듯 이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긴다.
이미 충분한 여유로움 속에서...
- 박 상 민 - 승형이 카페(합정 티라미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