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칼이 피지 않았다]
한송이 안개꽃
2021. 4. 2. 17:47
[칼이 피지 않았다]
칼이 피지 않았다
칼이 피지 않고
꽃이 피었다
그리고 향기가 피어 올랐다
겨우내 숨죽였던 어두운 고요에서
주체할 수 없이 잔뜩 힘이 들어간 저 봉우리에서
기필코 핀 것은 칼이 아니고 꽃이다
칼의 쇠 비린내가 아닌 꽃의 향기다
가령 저 봉우리에 피었던게 칼이였다면
그 칼 위에 허리를 꺽어 가슴을 묻었을 것이다
그러나 칼이 피지 않았다
칼이 피지 않고
꽃이 피었다
그리고 향기가 피어 올랐다
무심한 듯 당연한 듯
저렇게 꽃이 피었다
- 박 상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