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안개꽃 2021. 4. 6. 11:45

[젖과 꿀]

 

 

 

젖이 없어 슬퍼하는 애비가 있다

 

 

 

그 애비는 

아기가 어미의 젖을 땀 흘려 빠는 것을 보고 흐뭇 했고

어미의 젖꼭지와 아기의 주둥이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수 없음을 알고 아쉬워했다

 

 

 

젖을 주는 기쁨과 젖을 빠는 기쁨에 동참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애비는

아기가 젖꼭지를 빨듯 담배꽁초를 다급히 빨았다

 

 

 

애비는 담배의 쓰린 아쉬움 속에서

마침내 꿀을 떠올렸다 

 

 

 

젖은 못 주지만, 꿀은 주리라는 다짐으로

꿀을 떠올렸다

 

 

 

그 꿀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새로운 달달함에 스스로 도취되어

묘한 즐거움의 잉태를 시작했고

부푼 두 가슴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렇게

아기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흘러가리라는 꿈을 믿으면서...

 

 

 

 

- 박 상 민 -

 

우리 소언이 공갈 젖꼭지

 

 

수필

 

『아가야! 젖은 줘도, 꿀은 줄게』

 

 

아기는 시시때때로 울어 젖힌다. 아기의 울음소리는 삼장법사의 고약한(?) 주문 같은 것이어서 주문을 길고 높이 외우면 외울수록 엄마 아빠 원숭이 머리에 금테[1] 강하게 조인다. 주문을 얼마나 외웠는지 머리가 거의 호리병이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번뇌와 고뇌를 잠재울 있는 강력한 무기가 있으니 그것은 '엄마의 '이다.

 

 

둘째가 한참 옹알이할 무렵 엄마의 강력한 한방이면 아이의 울음은 어느새 잦아들곤 했다. 다시 엄마 아빠에게도 평안함이 깃든다. 그런 엄청난 무기를 갖춘 아내가 부러웠고 다급한 상황을 통제하는 그녀의 모습이 어쩔 멋있어 보였다. 반면 나의 그것은 이리 초라하게 보이는지...

 

 

생후 3개월부터 육아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내겐 젖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이의 울음소리, 아내의 잔소리, 넘쳐나는 집안일, 주변의 시선... 모든 것보다 이러한 상황을 통제할 힘이 내게 없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둔탁한 아빠 가슴에 안긴 아기가 자연스레 가슴속을 파고들 때면 난감했다. 아기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빨고 싶은 욕구(구강기[2]) 강해서 아빠의 안에서도 엄마의 그것을 원했다. '그래 원하는 줘야지!' 나는 가슴을 풀어헤치고(?) 아빠의 그것을 아기에게 물렸 적이 있다. 아기는 애매하고도 왜소한 것을 입안에 물었다가 이내 실망하고는 속상한 기분을 울음으로 토해냈다. ', ...'

 

 

'남자는 육아를 있는 몸이 아니야. 괜히 육아한다고... 남자는 밖에 나가서 많이 벌어오는 장땡이인데...'

 

 

젖병을 물려도 배가 부른 아기는 손사래를 쳤고, 엄마의 풍만한 가슴에 안겨 젖을 빨고 싶은 아기는 공갈 젖꼭지를 뱉어내고 다시 울었다. 혼자서 어린아이 둘을 육아하는 아빠가 마침내 육체의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아빠 육아의 포기를 선언하든지 아니면 어떻게든 상황을 헤쳐나가야만 했다. 어쩌다 보니 후자를 택했고 나는 다시 가슴을 풀었다. 이번에는 공갈 젖꼭지를 가슴에 붙여 아기의 입에 물려보았다. 감사하게도 방법은 아기에게 통했다. 엄마 사이즈의 공갈 젖꼭지에 아빠의 가슴과 아빠의 심장 소리가 더해져, 아기는 먹고살고 싶은 욕구를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유희 욕구를 그렇게 채워나갔다. 나는 필요할 때면 방법을 종종 사용했다. 방법은 아기의 욕구를 충족해 뿐만 아니라 남자인 나에게도 묘한 자신감을 안겨 주었다. 새삼 공갈 젖꼭지가 더없이 고마웠고 다시 나의 몸을, '남자로서의 나의 ' 긍정하게 되었다.

 

 

젖이 없는 남자에게 육아는 당혹스럽고 힘든 일이다. 물론 여자인 엄마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아기를 키우고 돌보는 일은 녹록지 않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그리고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빠는 모습은, 나를 묘한 기분에 젖게 만들었다. 아마득한 기억을 더듬는 막막함과 뭔가 범접할 없는 세계를 바라만 보는 기분이랄까. 묘한 기분에 이끌려 잠시 밖에 나가 있다가 시상이 떠올라 묘한 기분을 시로 옮겼다. 아기를 가슴으로 안은 아빠와 엄마에게, 아기를 사랑으로 키우는 모든 분에게 시를 바친다.

 

 

 

『젖과 꿀』

 

 

 

젖이 없어 슬퍼하는 애비가 있다

 

 

 

애비는

아기가 어미의 젖을 흘려 빠는 것을 보고 흐뭇했고

어미의 젖꼭지와 아기의 주둥이 사이에

자신이 끼어들 없음을 알고 아쉬워했다

 

 

 

젖을 주는 기쁨과 젖을 빠는 기쁨에 동참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던 애비는

아기가 젖꼭지를 빨듯 담배꽁초를 다급히 빨았다

 

 

 

애비는 담배의 쓰린 아쉬움 속에서

마침내 꿀을 떠올렸다

 

 

 

젖은 주지만, 꿀을 주리라는 다짐으로

꿀을 떠올렸다

 

 

 

꿀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새로운 달달함에 스스로 도취되어

묘한 즐거움의 잉태를 시작했고

부푼 가슴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렇게

아기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흘러가리라는 꿈을 믿으면서...

 

 

 

                                                  - -

 

 

 

 

 

 


[1] 삼장법사의 제자 되었음에도 여전히 말썽을 부리는 손오공을 제어하기 위해 관음보살이 삼장법사에게 도구가 긴고아(손오공의 머리에 씌워진 특이한 ).

[2] 구강기: 출생 시부터 1 반까지의 시기로 , 입술, , 잇몸과 같은 구강 주위 자극으로부터 아동이 쾌감을 느끼는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