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火)에서 화(花)로]
시
[화(火)에서 화(花)로]
제주도 화산섬
화(火)가 났던 섬
화가 식고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
풀이 돋았네
풀 밑으로 또 다른 화(花)가
나 있고
화(火)에서 태어나
화(花)로 피어난 '너'를
'ㅓ' 모음에 손가락 걸어
'나'가는 길로 열어줄래
- 박 상 민 -
수필
[화(火)에서 화(花)로]
제주도는 화산섬이다.
화(火)가 대단히도 많이 났던 섬인가 보다. 그 옛날 용암의 흔적은 지금 몇백 개나 되는 오름이 되었고, 기암괴석과 동굴이 되었고, 한라산이 되었다. 이 모두가 제주 섬이다.
화산 폭발과 용암의 흔적들이 남긴 웅장한 자연의 풍광과 신비함을 바라보면서, 지난날 화(火)가 났었던 이 섬이 내 안에서 자꾸만 헤아려졌다. 그건 내 안에 분노의 불길이 자꾸만 다가가는 목적지 같았다.
2월의 제주는 나에게 푸르름과 배부름을 선사해주었지만, 제주도 화산섬을 경험하면 할수록 내 안에 타오르고 식어가는 뜨거움을 수시로 감지했다. 언제 약한 틈만 생기면, 터져 나오려고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불 뱀처럼...
지표면을 뚫고 나온 불기둥은 검은 연기를 뿜어 내었을 것이다. 흘러나온 용암은 힘닿는 데까지 흘러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한 화산의 광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잠잠해졌을 것이고, 결국 바다를 만나면서 열기가 점점 식어갔을 것이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육지에서 풀과 꽃씨를 가져와 대지에 뿌렸을 테고, 여기저기서 돋아난 생명력들은 태양 빛의 힘을 받아 숲이 되고 산이 되었겠지.
바다도 보고 바람도 느끼며서 다시 바라본 제주의 푸르름에서, 작고 간절한 바람을 빌었다.
'나도 이 푸른 섬 처럼 푸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나도 이 열기가 식어, 꽃을 피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바랐다.
'바다를 접하고 바람이 불면, 나도 이 푸르름처럼 꽃(花)이 피고 숲이 되리라'고 믿었다.
- 박 상 민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