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준비물과 준비 운동]
번역을 '농사일'에 비유하면 어떨까요?






농사는 곡식을 얻는 과정(Farming)입니다. 밭을 갈아 씨를 뿌리거나 모내기를 하여 자라게 합니다. 이후 추수하여 탈곡을 거쳐 마침내 곡식을 얻게 되죠. 처음 밭 갈기와 씨 뿌리기는 원문을 읽고 검토하는 작업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내기는 초벌번역으로, 추수는 마무리 작업으로, 마지막으로 탈곡하여 낟알을 얻는 과정은 맞춤법 검사 및 띄어쓰기로 연결해 볼 수 있겠지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성실한 농부처럼 임하고 주변 상황(농사일에선 날씨...)도 순조롭게 흘러간다면 제때(납품일) 일을 완료하고 정당한 번역 비용을 받게됩니다.
농부에게 농기구가 필요하듯이 번역가에게도 준비물과 준비 운동이 필요합니다. 아래에 번역가의 준비물을 1) 입, 2) 스톱워치, 3) 녹음기 4) 사전, 5) CAT, 6) 맞춤법 검사기 순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1. 입

번역 준비물에 웬 입 모양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번역일을 하거나 번역 공부를 할 때, 우리의 입은 정말 필요한 준비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원문이나 자료를 소리 내어 읽거나 소리 내어 번역(사이트 훈련, sight translation, 즉독즉해 卽讀卽解)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원문을 꼭 소리내어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리 내어 원문이나 참고 자료를 읽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요합니다.
흔히 말을 할 때(구어체), 화자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부각함으로써 - 두드러지게 강조함으로써 - 자신이 의도한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정확하고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애씁니다. 특정 문장이나 단어를 세게 발음하거나 반복하기도 하고 눈 모양이나 몸동작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와는 달리 글을 쓸 때는(문어체) 여러 강조 기법(강조 표현, 수식 관계, 문장 배열, 문장 부호 등)을 활용합니다. 번역가는 이러한 원문 및 자료를 소리 내어 읽을 때, 글을 쓴 사람(저자)이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지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번역이라는 과정은 종이나 파일에 적힌 1/2차원의 평면을 번역사가 입체적으로(3차원) 파악해서 도착 언어로 다시 1/2차원 화해서 전달하는 과정 아닐까요. 원문의 내용과 저자의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는 데 있어 '소리 내어 읽기'는 어쩌면 꼭 필요한 준비 과정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소리내어 읽고 소리 내어 번역 연습을 하면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낭독 훈련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 연습을 할 때 마이크를 활용한다면 번역 공부를 하면서 통역 연습까지 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만 번역하지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고 그 내용을 본인의 귀로 들으며 해봅시다.
눈, 입 그리고 귀를 함께 쓰며 번역해봅시다.
2. 스톱워치

스톱워치는 시간을 기록하는 장치입니다. 흔히 육상이나 스포츠에서 사용되지요. 이게 번역에도 필요합니다. 소리 내어 원문을 읽고 소리 내어 번역하기(즉독즉해, sight translation)를 할 때, 꼭 필요한 준비물입니다.
원문을 소리내어 읽은 다음에 걸린 시각을 기록해보세요.
그리고 소리내어 번역을 해서 걸린 시각도 기록해서 비교해 보십시오.
원문이 어려울수록, 잘 모르는 내용일수록 시간 차이가 크게 날 것입니다. 스톱워치를 사용해서 소리 내어 번역한 시각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점점 기록이 단축됩니다. 순발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지요. 물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연습이긴 합니다. 동일한 자료로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원문을 소래 내어 읽은 기록을 소리 내어 번역한 기록이 점점 따라잡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표를 만들 수도 있겠지요.
<예시>
회차 / 구분 | 원문 소리내어 읽은 시각 | 소리내어 번역한 시각 |
1 | 15:45 | 35:20 |
2 | 14:06 | 29:11 |
3 | 13:50 | 25:40 |
4 | 13:10 | 20:58 |
5 | 12:45 | 18:44 |
6 | 12:35 | 17:22 |
7 | 12:07 | 14:48 |
... | ||
... |
원문을 소리 내어 읽은 시각도 점점 단축됩니다. 아울러 소리 내어 번역한 시간도 단축되죠. 번역 연습 회차를 늘려갈수록 '원문을 소리 내어 읽은 시각'을 '소리 내어 번역한 시각'이 따라잡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 모국어와 외국어가 안정적으로 입력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번역 연습과 통역 연습을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Google에서 stopwatch를 입력하면 스톱워치 화면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3. 녹음기

세 번째 준비물은 녹음기입니다. 소리 내어 원문 읽기와 소리 내어 번역하기(사이트 훈련)를 하면서 자신이 한 번역 내용을 녹음해보십시오. 녹음하고 자신이 번역한 내용을 직접 들으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보십시오. 특정 부분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눈앞에 암벽을 만난 듯한 기분도 들 겁니다.

때론 매끄럽게 번역을 잘했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다른 누가 나의 실력을 평가하고 수정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점검해봅시다. 사실상 이 연습은 통역 훈련이기도 합니다.
먼저 자신에게 엄격한 스승이 되어 봅시다.
4) 사전
번역가에게 사전은 필수품입니다. 국어사전, 한글맞춤법 사전, 영영사전, 영한사전, 유의어 사전(thesaurus), 연어 사전(collocation dictionary), 작문 사전 등 다양한 사전이 있습니다. 여기선 간략하게 언급하고 다른 페이지에서 좀 더 상세하게 언급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 강의'에선 맞춤법, 띄어쓰기 규칙, 문장부호, 외래어 표기법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일이 검색하는 것보다 책을 가지고 있으면 그때그때 궁금한 부분을 반복해서 찾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유의어 사전(thesaurus)은 말 그대로 뜻이 서로 비슷한 단어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사전입니다.
연어 사전(collocation dictionary)은 특정한 뜻을 나타낼 때 흔히 함께 쓰이는 단어의 결합을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즉, 단어의 궁합을 보여주는 사전입니다. 네이버 사전에서도 특정 단어를 검색했을 때 페이지 하단에 '함께 사용되는 단어'를 볼 수 있습니다.
작문 사전(LONGMAN Language Activator)은 영어 표현 위주로 정리되어 있는 사전입니다.
기타 다양한 온라인 영영 사전(meriam webster, Collins Online Dictionary, DICTIONARY.COM, urbandictionary.com 등)을 잘 활용하면, 특히 한영 번역할 때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CAT

Computer-aided tools의 약어입니다. 번역 메모리(Translation Memories)를 저장해서 추후 유사한 분야의 번역이나 특정 프로젝트 번역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번역 툴입니다. 워낙 다양한 CAT툴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후 다른 페이지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6) 맞춤법 검사기
영한 번역 시 한글 맞춤법과 띄어쓰기 그리고 한영 번역 시 오탈자 확인은 번역사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번역을 공들여 했더라도 띄어쓰기와 오탈자가 보이면 번역 품질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됩니다. 다양한 맞춤법 검사기가 있습니다. 여기선 2가지만 소개하고 다른 페이지에서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하겠습니다.
영한 번역하고 난 다음에 => 우리말 배움터
http://urimal.cs.pusan.ac.kr/urimal_new/
한영 번역하고 난 다음에 => Grammarly
이상 번역 준비 운동과 준비물에 관한 포스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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