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매화가 피는 자리]
겨울이 지난 자리
매화가 피는 자리
창문을 여는 자리
매화가 피는 자리
향기가 나는 자리
매화가 피는 자리
하늘로 피어 올렸다가
땅으로 피어 내린다
땅으로 스며 들었다가
내 맘으로 스며든다
다시 어느 겨울 끝자락에
여닫이 창문 열어
오래 간직한 은은한 향
떨리는 손으로
불어 보낸다
- 박 상 민 -
감사합니다.
수필
[매화가 피는 자리]
겨울 방학이 끝나고 등교하는 날, 아이들 학교 배웅을 하는 산책길에서 매화나무 옆을 지나다가 아들에게 문득 말했다.
"아빠는 이 맘때가 되면 매화가 피길 기다려."
"응 나는 여름 방학이 오길 기다려."
초등학교 어린이다운 대답에 한 참을 웃었다. 역시 아이의 세계는 사뭇 다르다. 계절을 뛰어 넘어 시간을 앞지르며 달리는 아이의 말에 유쾌했고 매화가 피길 기다리는 내 모습이 수동적인 느림보같았다. 아무리 좀 궁상맞더라도 매화는 감동을 주는 꽃이다. 계절을 향해 마음의 창을 열개하는 꽃이다.
작년 이맘때 아파트 주변에 매화가 피었던 자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군데에서 매화를 감상했었다. 꽃몽울이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부터 그러다가 하나 둘 꽃망울을 터뜨리고 은은한 향을 내는 것도... 그러다가 꽃이 지고 떨어지는 모습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