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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번역6

[번역 여행] 반가사유상 관람 후기_"철기 시대의 폭력과 구원의 미소" 국립중앙박물관을 아이들이랑 방문했을 때, 이리저리 아이 보느라 관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반가사유상을 보러 갤러리로 들어갔는데 둘째 아이가 어두운 방에 조각상이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이 무서웠는지 얼른 나가자고 했다. 제대로 관람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남았다. 묻어둔 아쉬움이 때가 되면 어떤 동기와 작동하여 또다시 발걸음을 내딛게 한다. 이번에는 나 홀로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였다. 여러 유물을 관람하겠지만, 맘속에는 반가사유상을 다시 감상하겠노라는 다짐이 있었다. 방문하기 전날 오랜만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사유의 방'(A Room for Quiet Comtemplation)이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갤러리를 구성하여 반가사유상 두 점을 전시하고 있었다. 반가사유상 .. 2023. 1. 23.
[그리고 번역이 있었다] DMZ Art Project 전시와 번역 이야기_(3) 기다림 (송창 화백) 미술 전시회 하면 회화 작품을 빼놓을 수 없다. 캔버스에 채워진 회화에서 작가의 집중력과 강렬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미술 작가 송창 화백(71)은 40년 가까이 '분단'과 관련된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다고 한다. 번역을 하면서 검색을 통해 송창 화백의 그림을 여러 점 볼 수 있었다. 오랜 경력만큼이나 화풍과 메시지가 뚜렷해 보였다. 분단의 서늘한 풍경과 그런 풍경을 바라보는 화가의 따뜻함. 평화누리공원에 있는 '안녕'(Annyeong)이란 카페에서 송창 화백의 회화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송창 화백의 그림은 차갑고 어두운 계열의 색감이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분단의 현실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 위에 붉고 따뜻한 색들이 꽃으로 피어있고 눈으로 내리고 있다. 그림의 무거운 색에 덩.. 2021. 6. 1.
[그리고 번역이 있었다] DMZ Art Project 전시와 번역 이야기_(3) 어린왕자 (이영섭 조각가) (3) 어린왕자, 조각가 이영섭 평화누리공원으로 입장하면 두 개의 커다란 어린왕자 조각상을 마주하게 된다. 아마도 집안 서재 어딘가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 일 때는 읽고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책.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해되는 그 책 말이다. 이해됨과 동시에 자신의 어른다움을 알고 슬퍼지게 만드는 책이 '어린왕자'이다. 책 속 어린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하며 다양한 인물들(왕, 광대, 비즈니스맨, 술주정뱅이, 전등 교체하는 사람 등)을 만나며 그들의 어른다움을 이해하지 못한다. 숱한 상징과 비유 그리고 명언들이 담긴 어린왕자는 이영섭 조각가를 거쳐 이곳 평화누리공원에 서 있다. 실제로 보면 어린왕자의 고개가 약간 기우뚱하다. 덩달아 표정도 갸우뚱하다. 아마도 어린왕자 눈.. 2021. 5. 28.
[그리고 번역이 있었다] DMZ Art Project 전시와 번역 이야기_(2) 꿈의 다리 전에서 첫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이다. 처음 번역한 작품이기도 하다. 1. 강익중, 꿈의 다리 (The Bridge of Dream) 이 작품의 외벽엔 오색 창연한 한글이 촘촘히 박혀있다. 한글 중에서도 순우리말은 남과 북이 지금도 공유하는 모국어이다. 한글은 자음과 모옴이 결합된 문자이다. 결합되어야 하나의 소리가 되고 의미가 되는 언어라는 점을 작가는 주목했다고 한다. 남과 북의 결합하여 하나의 소리, 통일의 소리를 내자고 말하는 것 같다. 작품의 외관에 새겨진 한글을 보며, 순우리말에서 대게 아름답고 소중한 건 '외자'인 걸 알 수 있었다. 별, 달, 꽃, 꿈, 물, 불, 풀 등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것들은 초성, 중성, 종성이 각각 모여 한 글자로서만 문자화되어 있다. 한글과 함께 조선백자, 달항아.. 2021. 5. 27.
[그리고 번역이 있었다] DMZ Art Project 전시와 번역 이야기_(1) 방문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전시회가 열리면, 이를 소개하는 글이 탄생한다. 그 원문은 다른 문화권으로 전해지기 위해 번역으로 곧잘 이어진다. 번역은 미술 작품과 전시가 낳은 이란성쌍둥이 중 좀 늦게 태어나는 둘째 아이다. 이 블로그 글은 그 둘째 아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미술 전시회 관련 번역은 대부분 전시 및 작품 소개 그리고 평론에 관한 번역이다. 번역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고 당연히 원문을 좀 더 깊이 보게 된다. 번역을 하면서 담당 큐레이터님에게 작품 이미지를 공유해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작품에 관한 검색을 많이 하지만, 큐레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사진은 실제 전시회 작품 이미지이다. 원문과 사진 그리고 부지런한 검색이 적절하게 썩이고 쌓이면 둘째 아이인 번역문이 조금씩 문자화 되어 흰 .. 2021. 5. 26.
[번역가 칼럼] 애완 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분양에서 '입양'으로 - 애완 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분양에서 '입양'으로 - 자유기고가, 번역가 박상민 '트랜스퀘어'(TranSquare) 운영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하이데거),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비트겐슈타인) 철학자가 언어에 대해 한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한계를 설정하고 바로 그곳에서 우리가 존재하게 된다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언어생활을, 우리가 접하는 단어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에 NPR애 실린 글을 번역했다. '애완동물 판매 금지 법안'과 관련된 기사글이 었다. 이 글을 번역하면서 애완동물과 관련하여 우리가 쓰는 용어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지칭하는 용어 중에 애완(愛玩) 동물 vs. 반려(伴侶) .. 2021.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