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에서 영생(永生)까지]
빛은 생명이고 어둠은 죽음이라 치자
환한 방 안에
빛이 깜빡깜빡한다
어둠이 느껴진다
나는 형광등을 교체한다
아~ 환하다
그런데 다시 방 안이 깜빡깜빡한다
다시 어둠이 느껴진다
나는 빛이 있는 다른 방으로 이동한다
아~ 환하다
그런데 다시 깜빡깜빡한다
다시 어둠이 느껴진다
밖을 보니 아직 낮이고 환하다
그래서 나는 밖으로 나간다
정말 환하다 더 환하다
환한 곳에서 나는 환하다
그렇게 있다가 조금씩 어두워진다
또다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나는 처음 형광등을 갈아끼는 손길로
더 환한 방으로 이동하는 발길로
환한 밖으로 걸어가는 몸짓을 더해가며
이제 빛이 비취는 곳을 향해 눈길을 보낸다
그리고 빛을 향해 걷는다
이제 나는 빛을 향해서만 걷는다
어둠을 느낄 때마다, 빛과 어둠이 자꾸자꾸
공존하는 걸 느낄 때마다
자꾸자꾸 깜빡깜빡할 때마다
나는 빛을 향해
손길과 발길과 몸짓과 눈길을 다해
빛을 향해 걷는다
아~ 환하다
영원히 환하다
- 박 상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