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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번역/번역가 칼럼

[번역가 칼럼] 애완 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분양에서 '입양'으로

by 한송이 안개꽃 2021. 4. 7.

 

- 애완 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분양에서 '입양'으로 -

 자유기고가, 번역가 박상민 '트랜스퀘어'(TranSquare) 운영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하이데거),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비트겐슈타인)

 

 

철학자가 언어에 대해 한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한계를 설정하고 바로 그곳에서 우리가 존재하게 된다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언어생활을, 우리가 접하는 단어를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17년 10월에 NPR애 실린 글을 번역했다. '애완동물 판매 금지 법안'과 관련된 기사글이 었다. 이 글을 번역하면서 애완동물과 관련하여 우리가 쓰는 용어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지칭하는 용어 중에 애완(愛玩) 동물 vs. 반려(伴侶) 동물 그리고 분양 vs. 입양이란 용어가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며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완(愛玩)이라는 말은 '좋아할' (애) + '가지고 놀' (완)의 뜻으로 "좋아서 가지고 논다"라는 의미이다. 직역하자면 '애완동물'이란 말은 "내가 좋아서 가지고 논다"라는 말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반려(伴侶)라는 말은 "짝" (반) + "짝" (려)의 뜻으로 굳이 살갑게 풀이하자면 "짝꿍" "짝지" '벗'의 의미이다. 즉 친구라는 말이다.

 

 

'애완 동물'이란 말이 사람(주인)과 동물로 서로를 나누는 용어라면, '반려 동물'이라는 말은 같은 생명체로서 서로를 묶어주는 개념인 것 같다. 배우자를 반려자라고 말하는 걸 보면 이 말의 어감과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동물이어서 그저 구입해서 가지고 놀다가 싫증 나거나 상황이 어려워지면 쉽게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여 년 간 나와 삶을 같이 하는 생명체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을 우리에게 심어주는 말이 '반려동물'이란 단어이다.

 

 

럼 분양(分讓)과 입양(入養)이란 말도 한 번 풀어보자.

 

 

분양이란 말은 '나눌' (분) + '넘겨줄' (양)의 뜻으로 "나누어서 누군가에게 넘겨준다"는 의미이다. 이 분양이란 말은 '주택 분양', '택지 분양' '토지 분양' '아파트 분양'처럼 흔히 사물에 쓰이는 용어이다. 큰 덩어리를 나누어서 누군가에게 넘겨주고 양도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용어가 애견 매장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용어이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애견 분양이란 말이 참 많이 쓰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양이란 말은 '들' (입) + '기를' (양)의 뜻으로 "받아들여 기른다"는 의미이다. 흔히 "아이를 입양한다"는 말을 사용할 때 그 입양이다. 우리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구입해서 기르는 것도 엄밀하게 입양하는 것이고 어미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아 누군가에게 양도할 때도 받아들여서 기를 곳 즉 입양할 곳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 트랜스퀘어(TranSquare, 통번역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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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사진, 출처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