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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장미와 가시]

by 한송이 안개꽃 2021. 5. 30.

[장미와 가시]

 


왜 붉은색이니?
가시를 품고 있었던 거니?
가시에 찔렸던 거야?
붉은 피가 흘렀던 거야?

혹시 그런 거라면,


너의 가시에 찔려 
피 한 방울이 나더라도

 

자기의 가시를 끌어안으며
꽃을 피운 너라고 
믿을게


그런 너라고 믿을게

 


- 박 상 민 - 

아파트 안팎에서 장미

 

 

 

수필

[장미와 가시]

 

 

아내가 아파트 베란다에 장미를 키우고 있다. 아파트 담벼락에도 군데군데 들장미가 피어있다. 여름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장미를 마주하는 5월이다.

 

봄꽃을 보내고 아파트 안팎으로 붉은 장미를 보며, 장미의 '붉은색'과 '가시'를 헤아려 보았다. 장미에게서 느낀 헤아림을 '의지'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그것도 '사랑받겠다는 의지'... 장미는 나에게 '의지의 꽃'이다.

 

장미는 대체로 붉다. 장미는 화려하다. 그리고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 꽃은 자연물이므로 자연스럽다. 하지만, 들장미는 자연스러운 꽃이라고 하기엔 꽤 화려하다. 마치 '화장하고 나온 것'처럼... 꽃잎이 여러 겹 포개어져 있고 그 꽃잎마다 예리한 각이 서 있는 자태가 선명하다. 꽃이면서도 꽃단장을 스스로 하고 나온 느낌이랄까... 장미의 붉은 꽃단장을 바라보며, '사랑받겠다는 의지'가 내 안에서 헤아려졌다. '나 좀 신경 쓰고 나왔어. 난 사랑받겠어!'라며...

 

'장미의 의지'는 붉은색과 가시에서 좀 더 도드라지는 듯하다. 먼저 가시 이야기를 해보자. 장미에겐 왜 가시가 있을까? 굳이 장미에게 가시가 있어야 할까? 가시를 돋우어 무엇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을까?  이 물음을 던지며, '함부로'라고 답해보았다. 장미는 '함부로 대해지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벌레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분명 자기를 지키기 위한 가시일 것이다. 들에 핀 꽃들이 함부로 피진 않을 텐데... 겨울을 보내고 봄에 핀 꽃들이 함부로 피진 않을 텐데... 종종 함부로 대해지는 걸 보며, '날 함부로 대할 생각 마!'라고 가시 돋친 말을 돋아내는 건 아닐까.

 

그런 가시 돋침이 저 붉은 봉우리 안에 먼저 있었을 거라 상상했다. 꽃잎 대신 차마 가시를 피어 올릴 순 없었을 거라 상상했다. '그저 가시 덤불만 무성하면 벌레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접근조차 못하겠지.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조차 없겠지.'

 

 

장미에게 가시는 방어기제이기도 하고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 장미처럼 화려하고 향수로도 쓰이지만, 가시가 없는 꽃도 많으니까. 장미는 선택을 해야 했을 것이다. 가시덤불로 살 것인가... 꽃으로 살 것인가... 장미의 붉음은 장미의 선택이고 의지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장미는 꽃이고 싶어서, 자기 봉우리 안에 돋은 가시를 끌어안았다고 보았다. 가시를 스스로 끌어안고 붉은 피가 흘러 꽃잎이 붉은색이라고 믿었다. 장미의 붉은색과 가시를 그렇게 보고 아파트 안팎에 장미를 다시 바라보았다.

 

 

살다가 장미 가시에 찔려 피 한 방울이 나더라도, '자기의 가시를 끌어안으며 꽃을 피운 너라고 믿으리라' 다짐했다.

 

 

- 박 상 민 -

칠보산 산책길과 아파트 담벼락에서 장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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