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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비포장도로]

by 한송이 안개꽃 2021. 12. 3.

[비포장도로]

 

 

짓눌리고 굳어져

나를 밟고 지나가는 놈들은

덜컹거리게 해 주겠다는 심술이 저렇게 돋았다

 

추위가 오고 얼음이 얼어

완고한 고집이 누워있다가도 일어난다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걸음걸이에서 만난 

비포장도로에... 

 

작은 입김과 따뜻한 눈길을 

일상의 호흡처럼 보낸다 

 

 

- 박 상 민 - 

어느 비포장도로에서...

 

 

수필

[비포장도로와 습관]

 

 

습관이란 건 참 무섭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 굳어져 습관이 된다. 이후에 그 습관대로 말하고 행동하게 된다. 반복적인 말과 행동은 운명을 결정짓는 힘을 갖고 있다. 매일의 삶에서, 삶의 길 위에서 어떠한 자취를 남기느냐를 스스로 살피는 건 중요해 보인다. 자기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 그 길을 그대로 걷고 있는 자신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는 길을 잘 살펴 땅을 평탄하게 하고 내가 선택한 교통수단에 맞게 도로 정비를 한다면 참 좋을 것이다. 두 다리로 걷는다면 둘레길, 자전거를 탄다면 자전거길, 차량을 이용한다면 차로로 이동하면 더 좋은 것처럼, 우리는 매일 순간의 선택을 반복해가며 습관을 형성하여 우리가 가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 길을 걷다 문득 어느 비포장도로를 마주했다. 큰 바퀴가 과감하게 지나간 자국이 선명했고 움푹 패인 깊이만큼이나 드러난 비포장도로의 형체가 완강해 보였다. 날씨도 한몫해서인지 통째로 얼어붙어 있었다. 도보나 자전거 혹은 차량으로 이 비포장도로를 지나가는 게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이 길 위로 지나가는 놈들은 덜컹거리게 해 주겠다'는 심술이 돋아난 것만 같았다. 짓눌려진 깊이만큼 성깔을 부릴 것 같은 그런 길이었다.  

 

비포장도로를 바라보며 내 마음속 어느 곳에 나 있는 비포장도로를 떠올렸고, 누군가의 비포장도로도 떠올랐다. 나의 비포장도로에서 누군가는 덜컹거렸을 테고, 누군가의 비포장도로 위에서 내가 덜컹거렸던 기억이 불편하게 돋아났다.

 

대수롭지 않은 일상의 걸음걸이에서 만난 어느 비포장도로에, 따뜻한 눈길을 보태고 작은 입김을 더해주고 싶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저 멀리 비취고 있는 햇살 아래에서... 

 

 

- 박 상 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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