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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괜찮아라는 말은...]

by 한송이 안개꽃 2021. 12. 3.

[괜찮아라는 말은...]

 

 

짧은 세 마디로 너의 영혼에 다가가는 말

짧은 세 마디로 나의 영혼을 굳건히 다지는 말

괜찮아?

괜찮아!

 

 

세 번의 노크로 문 손잡이를 돌리는 말

세 마디 메아리가 비스듬히 열린 문으로 나와

너와 나를 마침내 안심시키는 말

 

 

괜...찮...아...라는 말은

 

 

너의 어제를 이해하고

너의 오늘을 격려하는 말

 

 

나의 어제를 위로하고

나의 오늘을 미래로 연결하는 말

 

 

괜찮아~

 

 

- 박 상 민 - 

 

 

 

 

수필

[괜찮아라는 말은...]

                

 

아들이 머리를 두 번이나 다쳤다.

 

한 번은 동네 어떤 아이가 무심코 던진 벽돌에 맞아서이고, 다른 한 번은 나의 실수로 침대 옆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쳐서이다. 

 

아들은 머리에 피를 꽤 많이 흘렸다. 몇 주 간격으로 일어난 일이라 여러 차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초등학생 아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어리다는 건, 달래고 어르고 보살핌을 받는 것만으로도, 세상살이의 숱한 사건·사고를 흘려보내듯 타고 넘는 재주가 있다 걸 의미했다. 일어나진 않았지만 더 큰 일 날 뻔한 일들을 머릿속에 가정해가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진정시켰다. 불행은 더 큰 불행으로 위로받는다. 

 

아들에게 '괜찮아?'라고 물어보았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듯이 물어보았다. 세 마디 음절로 문에다 노크하듯 물어보았다. 아이의 내면을 향해 안부를 묻고 싶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작은 걸음으로 깊고 먼 방 안으로 다가가고 싶어 했다. 

 

... '괜찮아~'

 

비스듬히 열린 문에서 들려온 메아리는 투명하고 가벼웠다. 작지만 온갖 감정이 섞여 있는 내 질문과 달리, 아이의 대답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투명함 같았다. 감정 자체가 없이 건조했고, 의미가 없는 소리 같았다. 그냥 '괜찮아~'라는 소리만 크게 크게 전해졌다. 그러곤 평소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그렇게...

 

아이의 말과 행동은 종종 어른을 뒤흔든다. 소리는 공기의 떨림이다. 떨리듯 물어보았던 '괜찮아?"는 말에, 메아리로 되돌아온 '괜찮아~'라는 대답은 날 멈춘 채로 촉촉하게 했다. 크지만 나약한 빈 공간에, 작지만 강력한 울림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아들의 머리에 나 있는 상처를 내려다보며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살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안부를 자주 묻고 싶어질 것이다. '괜찮냐고..."

 

굳건해진 가슴으로 아이의 가슴을 꼭 안아줄 것이다. 반반해진 가슴 자리에 푸른 나무가 자라리라 믿는다. 땅을 움켜쥐듯 핏줄 돋은 뿌리와 굳건한 줄기 위로 푸른 새잎이 돋아날 것이다. 새로 피어난 잎들이 하늘을 향해 바람을 따라 춤을 추리라는 것을 믿는다.

 

 

- 박 상 민 -

강원도 평창에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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