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원죄라는 미친 소리]

by 한송이 안개꽃 2021. 4. 6.


[원죄라는 미친 소리]

 

 

인간에게 태어나면서부터 죄가 있다는 소리를 수긍한 적이 있었다

 

세상에 물들어버려

세상을 물들이는 말에 또 다른 얼룩으로 물들어 버린 적이 있었다

 

새로 태어난 아기의 흰 얼굴에

붉은 생명만이 발그레한 것을 목격하고

'원죄'라는 말에 '미친 소리'라고 마침표를 찍어버렸다

 

선악과를 탐하는 것이 아닌

그저 젖을 탐하는 외침에

원죄라는 세상 물이 빠져 버렸다.

 

원죄로 인한 부끄러움 없이

벌거숭이로만 있는 모습은

원죄의 누더기가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향방 없는 움직임은 

'원죄가 있다'고 말하는 미친 소리도

'원죄가 미친 소리'라고 말하는 이와 같은 뱀의 유혹도

침범할 수 없는 곳에만 있었다   

 

태초에 원죄가 없었다

 

원죄가 미친 소리라고 말하는 이 소리도

역시 미친 소리다

 

 

- 박 상 민 -

 

미켈란젤로 천장벽화 속 아담과 이브 실낙원


감사합니다.

'자유기고 > 시를 품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초의 기억]  (0) 2021.04.06
[아기의 순간]  (0) 2021.04.06
[검은 호수]  (0) 2021.04.06
[따라 하네]  (0) 2021.04.06
[젖과 꿀]  (2)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