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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시를 품은 수필

[친구의 얼굴]

by 한송이 안개꽃 2021. 7. 8.

[친구의 얼굴]

 

 

우두커니 서 있는 곳에서

긴 의자에 홀로 앉아 있는 곳에서

한 몸뚱이를 들고 이리저리 넘겨받으며

걸어가고 있는 두 발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만난다

 

 

현실의 등살에

밀어 넣고 제쳐두고

시간의 어지러움에

접어 두고 그만 넘겨버렸다지만,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그리움은

친구를 비추는 조각이 되고 거울이 되어

선명한 얼굴을 만난다

화석처럼 살아있는 얼굴을 마주한다

우리는 그렇게 다시 만난다

 

 

공간이 돌고 돌아

시간이 겹겹이 포개어져

옛날처럼 장난처럼 우연인 듯

다시 만날 그날...

 

 

조각이 된 거울로 너의 얼굴을 비출게

 

 

- 박 상 민 -

 

군포 여행 중 어느 초등학교 앞, 우연히 만난 어린왕자와 여우

 

수필

[친구의 얼굴]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건 술과 친구이다.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않지만, 어느 날 문득 친구를 마주하게 된다. 지난 시간들이 통째로 혹은 은근슬쩍 내 안으로 밀려 들어온다. 목마름을 통째로 채우는 맥주처럼, 음미하면서 몸을 달구는 와인처럼, 쓰라리게 홀짝거리는 소주처럼...   

 

친구를 만나러 가면서부터 어쩌면 취해있었는지 모른다. 이미 발걸음은 말랑하고 유연하다.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웃음은 밖으로 흘렀고 슬픔은 안으로 흘렀다. 서로에게 길들여진 거리감을 유지하며 열린 길을 다시 걷는다.

 

오래된 친구와 처음으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생뚱맞게 그리고 다정하게 두 얼굴이 기록되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시점을 기준으로 앞서 시를 한 편 썼고 이후에 이 수필을 쓴다.

 

혼자 있을 때 어김없이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그리움이 친구를 비추는 조각이 되고 거울이 되리라고 믿었다. 조각이 완성되고 거울 속에 얼굴이 선명히 비치는 날, 그날 친구를 다시 마주하리라고 믿었다.

 

그날을 위해 일상에 자그마한 그리움을 소중히 간직한다.

 

 

- 박 상 민 -  

부산 여행에서... 친구와 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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