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측면의 아름다움]
옆에서 바라보며 느꼈지
너의 아름다움을
정면만 바라보는 너는
구석구석 못마땅함에
거울 속 나르시시즘은 애로시즘이 되지 못했지
옆에서 바라보며 느꼈지
너의 아름다움을
속눈썹과 눈동자
둥근 코와 이마의 점
측면의 아름다움과 함께
나란히 잡았던 손과 같이 걸었던 길과 함께 바라본 풍경은
다시 너의 측면을 아름답게 했지
언젠가는 알게되겠지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너라는 걸
정면을 홀로 바라보며
오래된 뜨거움으로 새롭게 끌어안은 너 자신을
측면에서 안아주며 입 맞출래
- 박 상 민 -
수필
[측면의 아름다움]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문구를 보며 약간의 거북함이 들었던 적이 있다.
'왜 더 아름답다는 거지?', '자신을 억지로 미화하는 거 아닌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지나친 나르시시즘 아닌가?'라는 물음표를 꼬리 붙여가며 의아해했다. 그 짧은 문구에 유난히 불편해하며 좀처럼 흔쾌히 수긍하지 못했다.
'나도 나의 장점 정도는 알아. 그래 내게도 아름다움이라는 게 있겠지. 낯간지럽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 이상으로 자신을 부풀리고 싶지 않아. 나르시시즘은 경계할래.'라는 태도로 일갈했었다.
시간이 지나 사랑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빠가 되었다. 사랑과 결혼 그리고 아빠가 된다는 건... '그렇다 나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나의 배우자는 외모에 관한 콤플렉스가 있다. 어쩌면 누구나 자기 외모, 둘로 나누자면, 얼굴과 몸을 좀처럼 인정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미용과 패션 그리고 성적 매력에 대한 미디어의 찬양은 우리를 흥분시키고 동경하게 하고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타인과의 외모 비교를 부채질하는 심성에도 일조하는 듯하다. 매일 같이 거울로 확인하고 함께 하는 자신의 얼굴과 몸을 지독하게 애증하며 '더 보기 좋은 내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더 보기 좋은 내가' 되지 못해 심히 못마땅해한다. 그 결과 건강과 다이어트 사이에서 헷갈리는 줄다리기를 하고 의무적인 운동에서 즐기는 스포츠와 게임으로 좀처럼 넘어가지 못한다. 몸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노출과 나체는 딴 세상 이야기이며, 자신만의 패션을 자신답게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아마도 그 모습이 결혼, 육아, 직장생활을 해나가는 ― 어쩌면 헤쳐 나가는 ― 나의 배우자인 아내의 모습이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내는 종종 거울을 보며 읊조린다. "아~ 이 옆구리 살 좀 어떻게...", "아~ 허벅지 살만 빠지면... 좀 괜찮은데..." 혹은 거실 한구석 체중계를 오르내리며 환상과 현실 사이를 잠시 넘나들었다가, 다시 내게 와서는 소수점 몇 차이로 변해있는 몸무게를 두고 괜한 넋두리를 되뇐다. 종종 남편으로서 '어떻게 하면 거짓말하지 않고 상대의 장점을 발견하여 칭찬해낼 수 있을까'를 심각히 고민하게 된다.
연애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간직해온 ― 어쩌면 나만이 간직해온 ― 아내의 측면의 아름다움을 시와 수필로 표현해본다. 나를 비롯해서 아내를 아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아내의 이쁜 모습을 모아서 아내에게 전해주고 싶다. 아내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을 입체적으로 전해주고 싶었다. 평면화되고 단조로운 자기 인식을 향해...
거울 속 정면만 바라보며 구석구석 못마땅한 부분만 찝어내기보다, 나와 아이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전해주는 측면의 아름다운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어쩌면 그러한 고백을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스스로를 못마땅해 여겨 온 나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오래된 뜨거움으로 새롭게 끌어안기를 바란다. 그때의 '나르시시즘'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 속에 비친 내 눈동자에 고이 담겨있는 '어떤 누군가'를 귀하게 바라봄일 것이다.
- 박 상 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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